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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칼럼/평론(장려상) 최선우_본선진출작 2

사회 구조적·문화적인 관점에서 본 국립보건연구원

- 국립보건연구원의 위상과 가치가 알려지지 못하는 원인에 대한 고찰 -

 

 

대한민국의 서사에 맞추어 성장해 온 국립보건연구원

대한민국의 실증적인 의료기반은 대한 제국 시대(1885~1910) 이후 서양의학이 들어오면서부터다. 사실상 선교사들이 국내로 들어오면서 의료기술이 전파되기 시작했고, 공식기록상 첫 병원이 설립되게 된 것은 1885년이라고 추정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역사가 1885년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우리가 우리 힘으로 보건의료의 기반을 구축해나간 것은 1970년대 경제성장과 더불어 서다.

 

국립보건연구원은 1963년 기존의 국립방역연구소와 국립화학연구소, 국립생약시험소까지 통합하며 규모를 키워왔다. 그러던 중 1970년 이전의 시대별 감염병 관련 업무만을 맡고 있던 국립보건원(국립보건연구원 개칭 이전 명칭)이 국민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주는 비감염성 질환까지 연구하게 된다.

이는 국가적 전쟁과 가난의 시절에서 벗어나 새로운 선진국으로 도래하는 데 크게 이바지를 했고, 지금은 줄기세포나 유전학, 뇌의약, 희귀병 부분까지 틀을 넓혀 연구 중이다.

 

의료접근성 세계 최고 수준, 그러나 보건의료 인력은 부족

보건복지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지난 7월 ‘국민건강 수준 및 보건의료 이용 수준은 높고, 보건의료 인력 규모는 낮다’라고 발표했다. 즉슨 주요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대한민국 국민이 일상에서 질병에 대한 진료와 치료가 매우 쉽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보도자료에 의하면 OECD 국가에서 대한민국은 MRI와 CT 등 물적 자원 보유수준은 평균보다 높고, 병원의 병상은 1,000명당 12.5개로 OECD 평균(4.4개)의 2.8배를 넘어섰다. 우리나라의 1인당 외래진료는 연간 17.2로 가장 높았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국민이 쉽게 국가가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나 그에 상응하는 의료진이나 의료연구 인력이 적다는 부분이다. OECD 보건의료 통계(2018)에 의하면 국내 의사 인력은 OECD 평균보다 낮다. 독일은 임상 의사가 3.5명이 8.0개의 병상을 관리하고, 미국은 이와 비슷한 2.6명의 임상 의사가 2.9개의 병상을 관리한다.

 

보건의료 R&D 분야도 ‘첨단의료부문’과 ‘주요질환 극복’에 가장 많은 예산이 집중되고 있고, 의료 R&D에 대한 투자나 인력 수급에는 미흡하다고 말할 수 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보건의료 부문 국립연구기관으로서 우리나라 보건의료 R&D를 선도할 수 있는 연구역량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나, 연구인력의 감소로 인하여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인적자원의 약화가 지속하고 있다. 미국 NIH(National Institutes of Health:국립보건연구원)는 국가 보건의료 연구·개발에만 예산을 95%를 집중하는데 말이다.

 

모든 공은 누구에게

사스, 메르스, 코로나19라는 전염병 위기 속 국립보건연구원의 이름은 언론에 등장해도, 그 영향이 미미했다. 이러한 문제를 사회문화적인 부분과 구조적 부분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국립’과 ‘국가’라는 언어적인 문제

‘National’이라는 뜻은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나라에 ‘국립’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나라의 국립대학, 국립공원, 국립박물관 등이 그 예시다. 국립보건연구원과 같이 오랜 역사를 가진 기관이 대체로 국립이라는 단어를 유지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국립이라는 단어 체계가 가지는 위상이 높지 않다. 이전의 ‘공공병원, 공립학교’ 등 나라가 운영하는 곳에 대한 ‘선입견’을 느껴 본 기성세대들에게는 특히 그러하다. 하여 보통 국가가 운영하는 것을 ‘국립’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것을 ‘국가, 한국’이라는 뜻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생기게 된다. ‘국가’, ‘한국’이라는 단어는 국립이라는 것보다 좀 더 전문적이고, 상위버전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2. 독립적인 연구기관이 독립성을 가지지 못한다는 문제

보건의료계의 지식이 부재한 일반적인 대중은 언론과 미디어에 의하여, 기관의 위상을 판단한다. 질병관리청은 사스, 메르스, 신종플루, 코로나19 등 대한민국을 강타한 대부분 유행병과 함께 언론에 자주 등장하였고, 코로나19의 K-방역과 메르스의 집단 감염 차단이라는 공을 인정받았다. 그 공에서 국립보건연구원의 존재는 있었을까?

 

국립보건연구원 또한 사스부터 메르스, 코로나19까지 국민을 위협하는 유행병을 막기 위한 연구를 끊임없이 진행해왔다. 최근, 흡입형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연구용역은 사업비 1억 3천여만 원이라는 작은 비용으로 상업화가 아닌 항체 플랫폼 개발을 선도하였다.

 

문제는 어떻게 표면적으로 어떻게 보이는지가 문제다. 의료 언론지에 실린 기사 두 편을 보자. ‘질병청, 흠입형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연구용역 주인 찾았다’(2022), ‘국립보건연-KISTI,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위한 LOI 체결’(2022).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는데 첫째, 독립된 연구기관이 아닌 ‘질병청의 산하기관’으로서의 역할이 더 두드러지고 질병청이 우선으로 언론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둘째, 우리가 혼용하는 기관 이름이다. 주로 3~4개의 글자로 기관의 이름을 요약하거나 영어 철자를 사용한다. 이전의 기차역 플랫폼에 설치된 TV나 식당에서 본 국립보건연구원은 ‘보건연이나 NIH’라는 단어로 등장했다. 의료계는 국립이라는 것을 타분야에 비해 많이 사용하다 보니 국립정신건강센터, 국립병원, 국립재활원 등 다른 곳과 헷갈릴 수 있고, 아예 의료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라면 극단적으로 말해 ‘NIH’가 ‘NH’일아는 은행 이름으로 기억할 수도 있다.

국립보건연구원이 하는 업무는 국민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강과 보건에 대한 부분인데도, 국가를 대표하는 R&D 분야임에도 그 위상은 알지 못한다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3. 내부의 인력 부분 문제

국립보건연구원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가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약 500명이 넘는 인력을 보유한 연구원에서 정규직은 5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보건의료의 컨트롤타워라는 자명한 기관임에도, 인력이 우선으로 수반되어야 하는 연구 분야임에도 말이다. 이는 질병관리청에서 진행한 정책연구용역사업 최종결과보고서에도 작성되었다. ‘15년에 이 점이 언론을 탈 정도로 심각한 기세를 보이자 질병관리청은 인력확대를 위한 비정규직 전환을 진행했으나, 청 내부에도 전환된 인원은 3명이었다.

 

청에 소속되어있는 기관이다 보니 독자적인 인력확보나 임용에도 애를 먹는 편이다. 매번 협의해야 하고, 매번 검토를 받아야 하니 독립성을 적어지고, 연구 시간이 더 지체될 것이다. 그런데도 국립보건연구원은 질병관리청에 소속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더 지배적인 편이다. 질병관리청의 승격에 따라 국립보건연구원 또한 독립성이나 기관의 이관 등에 대한 논의가 확보되었어야 하나, 그 부분에서도 연구원의 목소리는 들리지 못했다. 당연히, 일반 국민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전염병 연구소가 되는 국립보건연구원

코로나19가 강타한 한국에게 ‘전염병에 대한 인프라 확충 및 대처방안 확대’는 여전한 과제인 듯싶다. 꽤 오래전인 2020년 행정안전부가 국립보건연구원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했지만, 질병관리청에 남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문제는 질병관리청이 감염병 대응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는 목적으로서 국립보건연구원을 사용한다는 지적이 나왔다는 점이다. 앞에서 논했다시피 국립보건연구원은 감염병만을 취급하는 곳이 아니다. 희귀병을 가진, 유전적인 문제가 있는 등 소수의 약자를 위한 연구도 진행하며, 미래 의료를 선도할 줄기세포, 암, 뇌 등 분야까지 연구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남아있게 된다면, 국립보건연구원이 그 다양한 분야를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이 부분은 보건의료계의 정책 실무자들과 결정자들이 논의를 거쳐 낸 답이지만 그 누구도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국립보건연구원이 감염병에만 몰두하는 일반적인 감염병연구소로 비칠 수 있다는 문제나 지적은 없었다.

 

우리가 알지 못한 성과 그리고 가치

국립보건연구원의 또 다른 부분은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나, 그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발병원인이나 조기발견이 어려운 치매 분야를 보자. 치매는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3대 질병 중 하나다. 질병 관리 비용도 시간도 많이 드는 어려운 질병으로, 특성화된 연구가 필요하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치매 연구의 씨앗이 될 수 있는 치매 뇌 조직을 수집하고 있다. 정상인과 환자의 뇌를 기증받아 치매 뇌조직은행‘으로 모아 임상연구에 사용 중이다. 이 사업은 치매로 고통받고 있는 100만 명에 육박한 치매 환자에게 희망이다.

 

국립보건연구원에서 발간한 『2020 NIH 연구개발사업 연구성과집』에서 지난 연구원의 성과사례를 한눈에 볼 수 있는데, 시대에 니즈에 발맞춘 연구와 연구원의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미세먼지, 비만, 줄기세포, 메르스, 레지오넬라균, 결핵, 코로나19 등 국민의 건강에 밀접한 문제에 실증적 근거와 해결방안을 도출했다. 유전체연구기술개발과가 연구한 ‘동아시아인 대상 제2형 당뇨병 유전요인 발굴’ 사례는 한국과 동아시아인 약 43만 명 대상 유전체 정보를 분석하여 당뇨병 관련 신규 유전요인을 발굴하는 성과를 보였고, 난치성질환연구과에서 진행한 ‘줄기세포를 활용한 내성결핵 신약후보물질 발굴’과제는 면역세포에는 독성이 없으면서 숨어있는 결핵균만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항결핵 신약후보물 10-DEBC를 발굴했다.

 

이처럼 국립보건연구원의 어린아이부터 노인, 일반 국민부터 희귀병을 가지고 있는 계층까지 전 국민의 건강에 아우르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그 가치다.

 

국민에게 인정받는 기관이 되기까지

연구기관 대부분이 PR보다 연구 그 자체에만 몰두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공공기관, 지자체뿐만 아니라 연구기관까지 자기PR의 시대에 맞추어 자기 기관을 브랜딩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본 사업 또한 지금까지 국민에게 알려지지 못한 국립보건연구원이 국민에게 다가가는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임상연구에는 국민과 환자의 참여가 절대적이다. 우리에게 남은 질병들에 대한 솔루션을 찾기 위해 이제 연구기관이라는 명예보다 함께 나아가는 기관으로서의 열린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그것은 곧 연구원으로 지원하는 고급 인력들이 생긴다는 뜻이고, 열심히 연구하는 연구원들의 사명이 존중받는 일이다. 뉴미디어를 활용한 온라인 기관 홍보, 사회공헌사업 및 취약계층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 등 국민과의 쌍방향 소통을 통해, 국민에게 먼저 인정받는 기관이 되길 바란다.

그것은 본 원의 상위기관도 해줄 수 없는, 오직 국립보건연구원이 가진 큰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참고문헌

1) 보건복지부, 『0ECD Health Statistics 2020』, 62page

2) 가톨릭대학교산학협력관, 『우리나라 보건의료 R&D 지원체계에서 국립보건연구원의 역할과 위상 강화』, 질병관리본부, 2017

3) 국립보건연구원, 『2020 NIH 연구개발사업 연구성과집』, 연구기획과,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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