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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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칼럼/평론(장려상) 김예솔, 김하영_본선진출작 5

희귀질환의 유일한 치료법은 우리의 ‘관심’입니다. 


1. 희귀질환, 무엇이 문제일까 매년 5월 23일은 ‘희귀질환 극복의 날’이다. 이 날은 터너증후군, 하다드증후군, 헌터증후군, 혈관부종 등과 같이 조기진단이 어렵고 적절한 치료법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희귀질환(Rare Disease)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제정되었다. 2016년에 제정된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르면, 희귀질환이란 유병(有病)인구가 2만 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아예 유병인구의 수조차 알 수 없는 질환을 의미한 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발생률이 인구 1000명당 0.65∼1명 규모인 질환을 희귀질 환이라고 정의한다. 참고로 유병인구가 200명 이하인 질환은 ‘극희귀질환’이라고 한 다. 지금까지 보고된 희귀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7,000여 종에 달하는데 유병인구가 적기 때문에 치료제 개발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미흡해 현재까지 알려진 희귀질환 중 치료제가 있는 건 단 5%에 불과하고, 치료법이 확실한 질환은 20여 개에 불과 한 실정이다. 

현재, 희귀질환을 치료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우리의 무관심이다. ‘건강보험심 사평가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보고된 국내 희귀질환의 종류는 1000여 종에 달하며, 국내 희귀질환자의 수는 약 8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는 우리나라 인구의 2% 도 안 되는 수치이다. 그래서 희귀질환을 연구하는 연구자도 드물고, 희귀질환 치료 제를 개발하는 회사도 드물 수밖에 없다. 그만큼 상업성이 없기 때문이다. 설령 연 구자가 있고 회사가 있더라도 약값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로 청와대에 청 원까지 올라온 척수성 위축증(SMA) 치료제 스핀라자는 1회 주사하는 비용만 1억 원이 넘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허가된 희귀질환 치료제 중 제대로 공급되지 않 는 치료제가 40%에 달한다. 따라서 희귀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림1] ‘희귀질환’ 연관어 검색(2000년 1월 1일~2022년 2월 20일까지)


[그림1]은 뉴스 빅데이터를 제공하는 <빅카인즈>에서 ‘희귀질환’을 검색한 다음, 연관어 분석을 시도한 결과이다. 그림에서 보다시피 ‘치료비’와 ‘의료비’의 비율이 높 게 나타난 것은 현실적으로 ‘비용’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림2] ‘희귀질환’ 보도량 (2000년 1월 1일~2022년 2월 20일까지) 

[그림3] ‘희귀질환’ 검색량 (2016년 1월 1일~2022년 2월 20일까지) 

[그림2]는 뉴스 빅데이터를 제공하는 <빅카인즈>에서 2000년 이후 ‘희귀질환’의 보도량을 살펴본 결과이고, [그림3]은 <네이버 데어터랩>에서 2016년 이후 ‘희귀질 환’의 검색량을 살펴본 결과이다. 이를 통해 추론할 수 있는 한 가지 사실은 2000년 이후 매년 ‘희귀질환’이라는 키워드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2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한 가지는 2015년 이후 국가가 희귀질환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희귀질환 환자의 도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 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 결과에 답을 해야 할 때이다. 


2. 희귀질환, 국립보건연구원에서 답을 찾다 


지난해 초에 국립보건연구원은 서울대학교 병원과 함께 시행한 ‘미진단 희귀질환 자 진단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사업을 성공적으로 종결했다고 밝혔다. 2018년 2 월 28일부터 2020년 12월 31일까지 진행된 이 사업의 목표는 미진단 희귀질환 네 트워크 구축을 기반으로 한 국가 차원의 진단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에 있다. 이에 국내 임상 데이터베이스를 확립하고자 2005년부터 운영해오던 희귀질환 권역별 거 점센터를 전 권역으로 확대하여 서울대학교병원을 필두로 총 12개 센터를 지정하였 다. 다음은 연구책임을 맡은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채종희 교수와 나눈 일 문일답이다. 이 일문일답은 ‘미진단 희귀질환자 진단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연구 결과점검보고서를 간추려 재구성한 것이다. 



[그림4] 연구책임자 채종희 교수 

□ 미진단 희귀질환자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우선 암이나 치매와 같은 질병과 달리 진단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진단 희귀 질환자들은 자신의 병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래서 제대로 된 치료를 하기 어렵다. 희귀질환자 중 50% 이상이 소아기에 발병하고, 그마저도 30%는 5세 이전 에 사망하며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다. 

하지만 희귀질환을 진단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희귀질환자들은 유명한 의료진을 찾아 여러 의료 기관을 순회하지만, 대부분 미진단 상태로 오랜 기간에 걸쳐 같은 검사를 반복하게 된다. 그 결과 본격 적인 치료를 시작하기도 전에 반복적인 진단 검사로 인해 막대한 의료비를 지불하 게 된다. 하지만 관련 의료 데이터가 부족한 희귀질환을 진단하려면 반복적이더라 도 매번 검사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최근에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서 로 다른 병원에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공동으로 진단하는 사례도 늘고 있지만 아 직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일본, 유럽 등의 나라는 이미 미진단 희귀질환을 국가 차 원에서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국립보건원(NIH)이 하버드 의학대학원을 필두로 여러 지역의 병원들과 MOU 를 맺어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2008년부터 시작한 미진단 희귀질환 진단 프로그램(UDP)은 연간 40억의 연구비를 투자해 2015 년까지 성공적으로 운영했으며, 이후 8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희귀질환의 유전체 연 구가 가지는 의학연구에서의 가치를 극대화하고자 연간 300억의 연구비를 투자해 추가적으로 6년간 확대 개편하여 시행하였다. 우리나라 역시 국립보건연구원 주관하에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미진단 희귀질환 시 범사업을 2017년 1년간 시행한 결과, 99명의 환자를 등록해 성공적인 운영 사례를 보인 것을 시작으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총 3년간 ’미진단 희귀질환자 진단 프 로그램 개발 및 운영’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였다. 

□ 국내에서 시행하고 있는 미진단 희귀질환자 진단 프로그램이란? 

국립보건연구원이 주관하고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연구를 도맡아 3년간 시행한 프 로그램이다. 국내 미진단 희귀질환자 진단 및 치료기술 개발을 위해 전국 단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구체적인 진단 프로세스는 ‘임상 데이터 수집 – 유전자 검사’로 구성된다. 첫 번 째 단계인 임상 데이터 수집은 각 의료 기관이 담당하는데, 환자들의 증상, 가족력, 발병 시기 등 기본적인 정보을 끌어모은다. 2020년까지 미진단 프로그램에 등록한 483명의 환자들의 임상 정보 중 주요 증상에는 발달 지연 및 퇴행, 경련, 근긴장 저 하 등 신경학적 이상 증상이 73.5%로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다. 

많은 환자들이 한 가지 증상이 아닌, 다발적인 증상을 호소했는데 신경계 증상, 내과적 문제 외에 근 골격계, 눈, 귀, 피부 등 특정 기관의 구조적 문제를 가진 경우도 많았다. 이는 환자 의 진단을 위한 유전체 데이터 분석에 있어 핵심이 되는 정보이다. 다음으로 유전자 검사 단계에서는 NGS(Next Generation Seqeuncing) 기술을 주 로 활용한다. 사실 NGS 기술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인간의 전체 유전체를 분석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수십, 수백 개의 유전자를 한 번에 대량으로 검사 해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찾아내는 NGS 기술의 발달로 대규모 유전체 데이 터를 손쉽게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환자의 유전체뿐만 아니라 건강한 한국인을 대상으로 유전체 데이터베이스(KOVA)를 구축함으로써 희 귀질환자에 대한 대조군 유전체를 생성해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졌다. 

3년간 전체 환자 483명에 대해 약 700여 건의 검사를 진행했고, 그중에서도 80.7%에 해 당하는 390명의 환자가 한 건 이상의 NGS 검사를 시행했다. 등록된 환자 대부분에 대한 프로세스의 진행률이 100%에 달할 정도로 원활하게 프로세스가 구축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NGS 외에도 염색체 결실 유무를 알아보는 검사, 효소 활성도 측정 검사 등 다양 한 유전자 검사가 존재한다. 주요 검사는 [표1]에 나타냈다. 





[표1] 진단 프로세스 주요 검사 


[표1]에 나타난 검사를 거쳐 특정 유전자와 질병 간의 인과관계가 밝혀진 경우 확 진으로 구분했으며, 원인 유전자 혹은 특정 염색체 결손, 증상 등을 포함하여 병명 으로 등록하였다. ‘7번 염색체 장완 36 부분의 미세결실 증후군(7q36 microdeletion syndrome)’이 바로 그 예시다. 발달 지연, 안면 기형 등의 증상이 대표적이며, [표1] 의 chromosomal microarray를 통해 발견한 질환이다. 미세결실 증후군은 일반적인 핵형 검사로는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염색체 부위의 결실이 유전자의 기능 이상을 초래함으로써 발병한다. 


[그림5] chromosomal microarray 모식도 

이 질환의 경우, 대표적인 증상인 성장 및 발달 지연이 특이적이지 않기 때문에 증상만으로는 쉽게 진단을 내릴 수 없다. 따라서 [그림5]처럼 전반적인 발달 지연을 보이는 환자에서 선별적으로 혈액을 채취해 핵형분석과 더불어 chromosomal microarray를 진행해 정상인의 혈액과 비교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미진단 희귀질환은 환자들의 연령층이 매우 낮고, 유전질환이 대부분이라는 점에 서 빠른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연구되어야만 한다. 

물론 빠른 진단이 곧 치료의 시작이겠지만 미진단 프로그램에서 진단에만 초 점을 맞춘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이제는 좀 더 적극적인 치료 프로그램의 도 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제가 생긴 유전자를 체외에서 교정한 후 다시 생체 내로 이식해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에 대한 접근이 가능할 정도로 과학기술의 수준은 매우 높아졌다. 이러한 연구 성과에 힘입어 미진단 프로그램과 같이 희귀질 환을 대상으로 한 ‘치료 프로세스’ 구축 사업까지 이루어진다면 정말로 환자를 위한 제도가 완성될 것이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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